조금 먹는데 살이 찐다면, 정말 조금 먹고 있는 게 맞을까요?
별로 안 먹는데 살이 찐다는 분들의 실제 섭취량을 측정한 1992년 연구와 일반 인구의 27%가 섭취량을 잘못 보고한다는 2025년 연구, 기억에서 빠지는 음식과 식사 기록이 실패하는 이유를 평택 자우당부부한의원이 안내합니다.
— 차호열

"별로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쪄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실제로는 조금 먹고 있지 않습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사람의 기억이 원래 그렇게 생겼습니다. 끼니는 남기고, 사이에 먹은 것은 지웁니다. 이것을 정면으로 측정한 연구가 두 편 있습니다.
대사가 느려서 안 빠지는 걸까요?
1992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연구가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하루 1,200kcal 이하로 먹는데도 살이 안 빠진다고 반복해서 호소하는 비만 환자들이 있었고, 연구진은 두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정말 대사가 느린 것이거나, 실제로는 보고보다 많이 먹고 있거나.
그래서 열 명을 2주 동안 정밀 측정했습니다. 총 에너지 소비량, 기초대사량, 음식과 운동에 따른 열 발생, 그리고 실제 섭취량까지 전부 재었습니다.
결과는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분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체구에 맞는 예측치의 5% 안에 있었고, 열 발생도 다른 비만 환자와 차이가 없었습니다. 대신 실제 섭취량을 평균 47% 적게 보고하고 있었고, 운동량은 51% 많게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먹은 것의 절반을 놓치고, 움직인 것은 절반을 더 얹어서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거짓말을 한 걸까요?
아닙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여기입니다. 연구진이 심리 검사를 함께 했는데, 이분들에게 특별한 심리적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두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자기 비만이 유전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했고, 자기 식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즉 속이려던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이분들이 살을 못 빼는 이유가 대사 이상이 아니라 보고와 실제의 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살이 찐 사람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2025년 네이처 푸드에 실린 연구가 이 질문에 답합니다. 연구진은 이중표지수라는 정밀 측정법으로 얻은 6,497건의 자료를 모아, 나이·성별·체중만으로 그 사람의 실제 에너지 소비량을 예측하는 기준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을 미국과 영국의 국가 영양조사 18,567명에게 적용했습니다.
응답의 27.4%가 실제와 어긋났고, 성인만 보면 남성의 3분의 1, 여성의 10분의 3이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살이 찐 사람만이 아니라 일반 인구 전체에서, 그리고 1992년 연구로부터 3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 연구는 몇 가지를 더 보여줍니다. 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인 사람은 보고와 실제가 거의 맞았는데, 체중이 늘수록 차이가 커졌습니다. 그리고 적게 보고하는 사람일수록 단백질은 많이 먹었다고, 지방은 적게 먹었다고 답하고 있었습니다. 골고루 빠지는 것이 아니라 기름진 것이 빠진다는 뜻입니다.

왜 하필 그것이 빠질까요?
끼니는 앉아서 먹기 때문에 기억에 남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입니다. 커피에 넣은 시럽, 회의 중에 집은 과자 두어 개, 아이가 남긴 것, 퇴근길에 산 빵 한 조각, 저녁에 마신 음료. 하나하나는 "먹은 것"으로 세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억에서 사라지는데, 몸에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그게 뭐 먹는 거냐"입니다. 한 조각, 한 입, 한 잔은 각자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루에 예닐곱 번 반복되면 한 끼가 됩니다. 조금씩 먹는 것이 조금 먹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기록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한동안 식사 일기를 권했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것을 전부 사진으로 찍어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해내신 분이 거의 없었고, 해내신 분의 기록도 실제와 맞지 않았습니다.
귀찮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찍을 때 이미 "이건 먹은 게 아니니까"라는 판단이 들어갑니다. 밥은 찍고 과자는 안 찍습니다. 기록이 기억과 같은 방식으로 빠지는 것입니다.
2025년 연구가 이것을 확인했습니다. 영국 조사 참가자들은 4일 동안 식사 일기를 썼는데, 며칠째 쓰는지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지 않았고, 4일 평균을 내도 정확한 사람의 비율이 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여러 번 기록하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없앨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었는데, 부모가 대신 적어준 어린아이의 기록은 실제와 맞았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적기 시작하면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적는 순간 판단이 개입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식사 기록을 시키지 않습니다. 얼마나 먹는지 세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어야 합니다.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것
- "그게 뭐 먹는 거냐" 싶은 것이 하루에 몇 번인지만 세어봅니다. 양이 아니라 횟수입니다
- 마시는 것은 먹는 것으로 셉니다. 커피에 넣은 것, 음료, 술 전부입니다
- 남이 남긴 것, 서서 먹은 것, 이동하면서 먹은 것도 먹은 것입니다
- 기름진 것과 단 것이 가장 잘 빠집니다. 그것부터 셉니다
- "대사가 느려서"라는 생각이 들면, 그 전에 위 네 가지를 먼저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는 정말 대사가 느린 것 같은데요?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1992년 연구에서 그렇게 믿었던 분들을 실제로 측정했더니 대사는 정상 범위였고 섭취량 인식이 달랐습니다. 대사를 의심하기 전에 사이에 먹는 것부터 보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Q. 물만 먹어도 찌는 체질이 있나요?
물은 열량이 없어서 물로 살이 찌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같은 양을 먹어도 체중 반응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에 본인의 실제 섭취량을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Q. 식사 일기를 정확하게 쓰면 되지 않나요?
정확하게 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이 연구들의 결론입니다. 기록하는 사람의 판단이 이미 들어가기 때문이고, 여러 날 기록해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기록을 하시겠다면 양보다 횟수를, 끼니보다 사이를 적으시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Q. 그러면 얼마나 먹는지 알 수 없는데 어떻게 다이어트를 하나요?
얼마나 먹는지 세는 방법 대신 무엇을 먹는지 바꾸는 방법이 있습니다. 진료 시 말씀드립니다.
마무리
조금 먹는데 살이 찐다면, 조금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잘못이 아니라 기억의 한계이고, 이것은 살이 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전체의 특성입니다. 자기 섭취량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다이어트가 시작됩니다.
참고 자료
- Lichtman SW 외. Discrepancy between self-reported and actual caloric intake and exercise in obese subject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92;327(27):1893-1898. https://pubmed.ncbi.nlm.nih.gov/1454084/
- Bajunaid R 외. Predictive equation derived from 6,497 doubly labelled water measurements enables the detection of erroneous self-reported energy intake. Nature Food. 2025;6(1):58-71. https://www.nature.com/articles/s43016-024-01089-5 (2025년 4월 저자 정정으로 오보고 비율이 27.4%로 수정됨. 본문 수치는 정정 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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